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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의 거목

허봉무 2013-05-03 174

오랜만의 춘천 나들이는 즐겁다.

일요일 한낮, 새로 난 지하철을 타고 남춘천역에서 내려 이 고장 토박이 친구를 만나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파안(破顔)을 한 후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공지내를 끼고 걸었다.

에디오피아의 집 앞을 지나 강을 따라 길게 난 길을 새파란 강물을 바라보며 걸었다.

소양강 처녀 동상에서 강물을 바라보며 지난 날 기억을 되살린다.

차 한 대 지나지 않던 한적한 이 길을

치마저고리에 흰 고무신을 신고 양산을 받고 걸어가던 어느 여인.

꽃 양산을 들었으되 야단스럽지 않고

옥색 치마가 강바람에 날려도 조심스러움이 배어있는

그 고혹한 동경(憧憬)이 중도(中島)와 하나가 되어 흘러갔다.

사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 기억이 또렷하다.

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와 육림극장 맞은편 어느 술집으로 들어간다.

이렇다하게 내세울 것 없는

어느 거리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골목 안에

아무렇지도 않게 서있는 작은 목로주점.

정돈되지 않은 손바닥만 한 홀에 쉰 살 넘은 주모가 혼자 있다가는 반가이 맞는다.

그리고는 이내 목살 네 점을 불판에 올리고 소금을 끼얹은 뒤

썰지 않은 김장김치 반 포기와 소주 한 병을 가지고 다시 왔다.

목살 네 점, 김치 반 포기, 소주 한 병, 잔 두개

이것이 술상의 전부이다.

전국 어디서나 공통인 상추나 파 무침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목살구이의 맛을 완성하는 신성한 역할은 오로지 김치 한 포기가 담당한다.

주모는 익숙한 솜씨로 배추김치를 가르고

불판의 목살은 요란한 소리로 제 무늬를 드러내는데

친구와 나는 늘 하던 대로 소주잔을 기울였다.

빈속을 파고드는 소주 한 잔에 전율(戰慄)하며

목살 한 점을 기다란 김치에 말아 ‘아삭’하며 씹는데

그 시원한 맛이 온몸을 휘감으며 잊어버린 아스라한 기억을 일깨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입맛이 당기며 잔을 비우는 속도는 가속된다.

입안 가득한 김장 김치의 여운은 군침으로 남아 쓴 소주의 취기와 어우러지고

그 주흥(酒興)은 다시금 술을 불러 순식간에 소주 세 병을 누인다.

목살과 포기김치를 더 청한 후 이 맛의 정체가 무엇일까 생각에 잠긴다.

지금이야 우리 음식이 다양한 재료와 양념을 사용해 색깔이 화사해지고 달콤새콤한 맛을 뽐내지만

적어도 삼십여년 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부지방의 맛은 그렇지 않았다.

‘구이’의 예를 들자면 그냥 날고기를 석쇠에 구워 김치와 먹거나 소금을 조금 찍어 먹었을 뿐이다.

전국적인 음식이 된 ‘춘천 닭갈비’도 사십년 전에는 두꺼운 무쇠철판에 위에 기름을 두르고 커다란 닭갈비 한 장를 올려 가위로 잘라가며 먹었지, 지금처럼 울긋불긋하게 양념을 하고 여러 가지 야채와 함께 볶아 상추에 싸먹지 않았다. 철판위에 달랑 닭갈비 한 점, 돌소금 한 종발이 전부였다.

그리고 이 무덤덤하고 투박한 맛의 균형은 김치가 잡았다.

전국의 김장김치 맛이 모두 다르지만 중부지방에서는 유난히 시원한 맛을 강조한다.

양념을 자제하고 배추와 무의 맛으로 승부하는데 형편이 낳은 집에서는 굴이나 명태를 넣기도 한다. 이렇게 담그면 시원한 맛이 더욱 살아나기 때문이다. 소금으로 잠재운 배추를 고춧가루로 적당히 버무린 속을 채우고 차가운 땅속에 넣어두면 겨우내 싱싱하고 아삭하게 씹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다.

지금에 와서는 그 개운한 맛에 견줄 음식이 없다.

중부지방의 맛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심심한 맛’이다.

나대지 않고 조신하며, 무덤덤하되 속살론 진하고, 분을 바르지 않아도 향기는 한강을 따라간다.

모든 것이 풍족해진 오늘날 야단스러운 양념으로 버무린 화려한 맛에 길들여져

어린 시절의 소박한 맛이 우리들 기억 저 편으로 사라졌지만

우리들 중년 가슴 속에 방황하고 있는 그 동경의 맛을

봄날 오후 춘천의 이름 모를 목로주점에서 마주친 것이다.

고기만으로 승부하여 씹을수록 맛이 우러나고 시원한 김치로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술을 멈추지 못하게 하는 폐단(弊端)이 있지만 얼마 만에 누려보는 대낮의 만취(滿醉)인가!

소주 다섯 병을 다 비우고 파장이 임박했을 때

이미 여러 번 와 본 듯한 친구는

춘천 시의회 의장인 김영일씨와 몇몇 기인(奇人), 묵객(墨客)이 드나든다고 한다.

늦은 오후 햇살은 긴 꼬리를 끄는데 주모(酒母)는 삼만 구천 원이라고 한다.

친구는 주머니를 뒤적이고 가난한 서울 토박이는 취한 척 먼저 문을 나선다.

몇 걸음 가다 뒤를 돌아보니 간판에 ‘거목’이라고 쓰여 있었다.

위치

춘천시청에서 운교동 쪽으로 150m쯤 언덕을 오르면 육림극장 못 미쳐 신한은행이 보이는데

이 건물을 끼고돌아서면 바로 보이는 주점이다. 년중 언제나 문은 열려있지만 심야에는 닫는다.

지하철을 타고 올 경우 남춘천역이나 춘천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옛 육림극장 맞은편 신한은 행을 가자고 하면 된다. 10분 정도 걸린다. 천천히 걸어서는 30분. 시외버스도 같다.

차로 올 경우에는 운교동 사거리에서 춘천시청 쪽으로 진입하는 것이 편하다. 주차장은 주점 바로 앞에 있다. 전화번호는 033)255-5539. 주점이름은 ‘거목’

 

출처: 박상국님의 춘천의 이상한 맛집

담당부서 : 디지털정책과

전화번호 : 033-250-4052

최종수정일 : 2022-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