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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우리들의 일상과 삶

이동근 2012-11-03 337

어제오후에 오리털파카를 하나 마련하려고 마침 파격세일을 한다는 명동에 있는 중저가 브랜드 대리점을 찾았다. 바닥에는 큰 박스들이 줄줄이 연결되어 지난해 팔리지 않았던 등산용 바지들이 마구잡이로 흐트러져 쌓여져 있었다.  대충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는데 카운터에서 전화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장님인지 종업원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들리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가 왜 학생들에게 비싸게 팔아. 절대 그럴수가 없는 거예요.'

'아니아니, 다른데 한번 가보라고. 우리가 비싸게 팔았는지...'

'아, 글쎄 그렇게 팔수가 없는거래도'

'그러면 거기로 전화를 해서 확인해봐. 그래! 맞아. 거기에 확인해보면 알수 있잖아.'

대충 런 내용이었는데 간단히 썼지만 실은 한 5분가량 지루하게 비슷한 내용이 돌고돌았다 그러다가 마지막 부분에 전화를 확인해보라는 말로 안심시키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잠시후에 다시 그분이 어딘가로 서둘러 전화를 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있잖아 잠시후면 아이들한테서 전화가 올거야. 그러니까...'

여기까지 말하고서 눈치가 보였는지 말소리를 갑자기 줄이면서 대뜸 창고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분이 정직하게 옷을 팔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나는 단지 전화로 확인해보라고 하고서 다시 두번째 전화로 '잠시후면 아이들한테 전화가 올거야'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는 사실 뿐이다.

 

그런데 내가 왜 이러한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가 하면은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무엇인가를 구입했고,무엇인가를 항의했고,상대방이 전화로 어딘가에 확인해보면 될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나는 전화를 끊었고, 확인하려고 전화를 했는데 계속 통화중이었고, 한 삼십분후에 통화가 겨우 되었고, 그런데 놀랍게도 그곳에서도 같은 말이 되풀이 되는 것이었고, 나는 결국 항의를 포기했었다.

 

  옷장사를 하시는 분을 예전에 한번 알았는데, 왜 옷장사를 좋아하냐고 물으니까 '크게 한방 터지면 엄청나거든' 하면서 웃었다. 그분은 그후에 노래방과 피씨방으로 벌었던 돈 다 말아먹고서 다시 아주 조그만 포장마차같은 점포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는 중이었다.

 

  현실의 치열한 경쟁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나 또한 백지장처럼 정직하게 살아왔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부끄러움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삶의 소중한 부분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시간은 결코 되돌릴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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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22-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