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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규제는 죄가 없다.

김용건 2014-04-11 544



옛날 중국에서 민초들이 관아에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은 대략 세 가지였다.

하지만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먼저 길을 지나는 관리의 수레 앞에 엎드려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다.

그때 관리가 고개를 내밀어 “딱한 사정이 있는 모양이니 들어보자”라고

나서는 건 영화 드라마에서나 기대할 일이었다. 어디 감히 바쁘신 나리의

행차를 막느냐며 따귀나 발길질이 날아오기 일쑤였다.

관가에 가 북을 치는 방법도 있었다. 우리의 신문고처럼 억울한 사정을 탄원할 때

치라고 매달아 놓은 북이었다. 하지만 북을 치고 나서 사정을 얘기하려면 일단

곤장 50대를 맞아야 했다. (이중톈 『제국의 슬픔』) 민원 남발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고소장이나 탄원서를 제출할 수도 있었지만 이것 또한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무슨 차력사도 아니고, 못이 가득 박힌 나무판자에 엎드려 고소장을 낭독해야

했던 것이다. 역시 남용 방지를 위함이었다.

이렇다 보니 그야말로 천추의 한이 될만한 사연이 아니면 백성들은 관청에 호소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 고통을 다 견디고 탄원 접수에 성공한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었다. 행정 처리

과정과 절차가 산 너머 산이었다.

그것을 다 마쳤을 때는 이미 민원인이 파산하거나 사망하는 일이 허다했다.

소송 상대가 감옥에서 죗값을 다 치러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

못박힌 판자까진 아닐 지라도 옛날 우리 사정이라고 크게 낫진 않았을 터다. 그런데

엊그제 열린 규제개혁 끝장토론회를 보자니 오늘날까지도 별반 달라진 게 없었나 보다.

오죽했으면 대통령이 호텔업자, 돼지갈비집 주인 같은 민원인들 앞에서 장관들을

야단쳤을까. “규제는 곧 죄악”이라는 대통령의 퍼런 서슬에 장관들은 졸지에 없애야 할

죄악을 싸고 돈 죄인이 됐다.

규제를 곧 관리들의 ‘밥통’이자 ‘완장’으로만 인식한 탓인데, 관리들만큼이나 규제 자체도

억울한 측면이 있을 터다. 규제가 아무런 이유 없이 절로 생겨난 건 아니지 않은 까닭이다.

규제 탓에 학교 근처에 호텔을 짓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는 호텔업자도 있지만, 규제를 풀어

학교 앞에 60개가 넘는 호텔이 난립하고 성인용 전단지가 교문 앞까지 굴러다니는 지역도

있다는 얘기다. 다른 곳 놔두고 굳이 초등학교 앞에 호텔을 지어야 할 이유도 잘 모르겠다.

호텔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건 호텔들이 먼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할 일이지, 교육 환경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나서서 할 일이 아니다.

장관들끼리 신경전까지 벌인 게임 셧다운제만 해도 굳이 청소년들이 자정 넘어서까지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만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발전한다고는 믿기 어렵다.

효용 논란이 있지만 그걸로 따지면 대안으로 제시되는 게임시간선택제 역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어처구니 없는 규제가 많은 것도, 그런 규제들이 끈질기게 살아남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깨기 위해 끝장토론 같은 충격요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필요와 불필요의

모호한 경계에도 불구하고 모든 규제는 죄악이요, 이를 없애지 않으면 죄인으로 싸잡아

규정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규제를 놔두는 것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불필요한 규제가 있는 것보다 꼭 필요한 규제가 없을 때 전체 국민에게 끼치는 피해의

총량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세 가지 민원 제기 방법이 모두 쓸모 없다는 걸 안 중국의 민초들은 네 번째 방법을

생각해냈다. 관리에게 돈봉투를 건네는 거였다.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며,

속 편하고 몸 편한 방법이었다. 돈봉투를 만들 수 없었던 가난한 사람들만 자신의

불행을 팔자 탓으로 돌렸다.

중국만이 아니다. 사실 이 방법은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나카르시스도 이렇게 말했다. “법률은 거미줄과 같다. 약자는 걸려서 꼼짝 못하지만

강자와 부자는 뚫고 나간다.” 우리 역사의 궤적도 다르지 않다.

역설적으로 이 네 번째 방법을 소용없게 만드는 게 규제개혁의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생기는 것도 없는데 불필요한 규제를 신주단지 모시듯 할 관리들은 없을 테니 말이다.

어떤 규제가 있는지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규제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따져보는 게 더

중요할 터다. 유치인무치법(有治人無治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규제란 결국 사람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다. 다스리는 사람은 있어도 다스리는 규제는 없다는 말이다. 규제는 죄가 없다.

담당부서 : 디지털정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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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22-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