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에겐 벌써 겨울… 또 쓸쓸한 죽음
이솔이 2016-10-21 71
지난 19일 오후 3시40분쯤 전자상가가 밀집한 서울 용산구의 골목길에서 한 80대 노인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지나가던 사람이 발견,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병원에 채 도착하기도 전에 노인은 숨을 거뒀다.
'독거노인' 변모씨(85)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슬하에 5남매를 뒀지만 이들과의 연락은 쉽지 않았다. 병원은 다음날 겨우 맏며느리와 연락이 닿았다. 하지만 비용 문제 때문에 변씨는 제대로 된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22일 화장터에서 한 줌의 재로 세상을 떠난다.
동네 주민들은 그를 '변씨 할아버지'라 불렀다. 그는 여든 전까지 용산구 신계동 산동네에 살며 리어카로 채소와 과일을 파는 행상 일을 했다. 그러다 동네가 재개발되면서 근처 문배동의 단칸방으로 옮겨왔다. 전세 1000만원에 부엌이 딸린 방이지만, 화장실은 공동으로 써야 하고 문을 열어야 볕이 겨우 들어온다. 요즘 같은 10월이 그에겐 가장 힘든 계절이었다. 차라리 겨울이면 이런저런 단체에서 연탄이라도 지원해 주지만 지금 같은 환절기는 방이 냉골이다.
최근 한 '독거노인'이 숨진 서울 용산구 쪽방촌 인근의 골목길에서 21일 한 노인이 음식용기를 앞에 둔 채 고개를 떨구고 앉아 있다. 김정근 기자
폐결핵을 앓았던 그는 거동이 불편해 밥을 누가 챙겨주지 않으면 거의 먹지 못했다. 주민센터에서 보내준 도시락이나 보건소에서 놓고 간 영양죽을 한 술씩 뜰 뿐이었다. 사망한 날은 그가 힘겨운 몸을 이끌고 보건소에서 약을 타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반짝 추위가 찾아왔던 한 달 전, 영등포구 문래동의 쪽방촌 인근에서도 신원불명의 60대 남성이 사망했다. 문래동에서 20여년을 산 그는 최근 2년 사이 쪽방조차 들어가지 못하고 인근 공중화장실에서 밤을 보내다 동네 사람들에게 쫓겨나면서 지난달 말 변사체로 발견됐다.
쪽방 거주자들은 그나마 몸 뉠 자리가 있다는 게 위안이지만 가을이 힘들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은 더 어려운 처지의 노인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앞섰다. 문래동 주민 김간난씨(70)는 "나는 복지관에서 65세 이상인 사람에게 나눠주는 딱지 3장으로 겨울을 나긴 하는데, 이런 방도 없는 사람들은 어찌 지내는지…"라고 말했다. 전복주씨(62)는 "우리들이야 겨울만 오면 연탄은행 같은 곳에서 기부받은 연탄으로 그나마 따뜻하게 지낸다"면서도 "집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크게 다르긴 하지만…"이라고 했다.
겨울이면 통상 쪽방촌 주민 1인당 연탄 500장이 지원된다. 그러나 이 연탄은 주민 개개인이 아니라 집주인에게 지급된다. 주인이 연탄 한 개를 떼면 방 아래 파이프를 타고 4~5개 쪽방으로 온기가 전달되는 식으로 난방이 이뤄진다. 주인이 이 연탄을 자주 갈아주는지 아닌지에 따라 겨울나기가 판이해진다. 또 기초수급자 혜택을 받고 있는지, 폐지줍기 등 일감이 있는지에 따라 같은 쪽방에 살더라도 '행복지수'는 큰 차이가 난다. 특히 겨울을 앞두고는 차이가 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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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 변모씨(85)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슬하에 5남매를 뒀지만 이들과의 연락은 쉽지 않았다. 병원은 다음날 겨우 맏며느리와 연락이 닿았다. 하지만 비용 문제 때문에 변씨는 제대로 된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22일 화장터에서 한 줌의 재로 세상을 떠난다.
동네 주민들은 그를 '변씨 할아버지'라 불렀다. 그는 여든 전까지 용산구 신계동 산동네에 살며 리어카로 채소와 과일을 파는 행상 일을 했다. 그러다 동네가 재개발되면서 근처 문배동의 단칸방으로 옮겨왔다. 전세 1000만원에 부엌이 딸린 방이지만, 화장실은 공동으로 써야 하고 문을 열어야 볕이 겨우 들어온다. 요즘 같은 10월이 그에겐 가장 힘든 계절이었다. 차라리 겨울이면 이런저런 단체에서 연탄이라도 지원해 주지만 지금 같은 환절기는 방이 냉골이다.
폐결핵을 앓았던 그는 거동이 불편해 밥을 누가 챙겨주지 않으면 거의 먹지 못했다. 주민센터에서 보내준 도시락이나 보건소에서 놓고 간 영양죽을 한 술씩 뜰 뿐이었다. 사망한 날은 그가 힘겨운 몸을 이끌고 보건소에서 약을 타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반짝 추위가 찾아왔던 한 달 전, 영등포구 문래동의 쪽방촌 인근에서도 신원불명의 60대 남성이 사망했다. 문래동에서 20여년을 산 그는 최근 2년 사이 쪽방조차 들어가지 못하고 인근 공중화장실에서 밤을 보내다 동네 사람들에게 쫓겨나면서 지난달 말 변사체로 발견됐다.
쪽방 거주자들은 그나마 몸 뉠 자리가 있다는 게 위안이지만 가을이 힘들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은 더 어려운 처지의 노인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앞섰다. 문래동 주민 김간난씨(70)는 "나는 복지관에서 65세 이상인 사람에게 나눠주는 딱지 3장으로 겨울을 나긴 하는데, 이런 방도 없는 사람들은 어찌 지내는지…"라고 말했다. 전복주씨(62)는 "우리들이야 겨울만 오면 연탄은행 같은 곳에서 기부받은 연탄으로 그나마 따뜻하게 지낸다"면서도 "집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크게 다르긴 하지만…"이라고 했다.
겨울이면 통상 쪽방촌 주민 1인당 연탄 500장이 지원된다. 그러나 이 연탄은 주민 개개인이 아니라 집주인에게 지급된다. 주인이 연탄 한 개를 떼면 방 아래 파이프를 타고 4~5개 쪽방으로 온기가 전달되는 식으로 난방이 이뤄진다. 주인이 이 연탄을 자주 갈아주는지 아닌지에 따라 겨울나기가 판이해진다. 또 기초수급자 혜택을 받고 있는지, 폐지줍기 등 일감이 있는지에 따라 같은 쪽방에 살더라도 '행복지수'는 큰 차이가 난다. 특히 겨울을 앞두고는 차이가 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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