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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원주시청을 찾아서

이응철 2014-12-26 443

           원주(原州)시청을 찾아서

 

                                          글-德田 이응철(춘천産)

 

 

지난 해였다. 11월 20일(수) 새벽부터 자작자작 찬비가 내렸다.

오후가 넘은 3시경, 이 시대 최고의 소설가 이문열 특강을 듣기위해 네비를 켜고 사통팔달로 힘차게 웅비하는 기업도시 원주로 향했다. 일상에서의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한껏 여유로운 시간에 찾아 나선 내 취향에 걸맞고 이런 행사를 안겨준 주최 측에 감사한다. 자유의 날개를 달고 예술 지상주의자임을 자청하며 맛있게 마시는 내 생활에 자부한다. 쓰나미처럼 나를 충동질하는 것은 문학이다.

   남원주 IC로 벗어나 새로 단장한 시청을 찾아간다. 내비게이션의 친절한 도움으로 긴가민가한 불신을 잠재우고 달려간다. 먼곳의 그리움! 원주시청! 예전 중등 진출을 위해 힘껏 도움닫기를 한 원주는 내 생애 좋은 전환점이요 변곡점이라 여러 상념들이 추억을 일깨운다. 77년 당시 일산동에서 굽어보던 시청이 동떨어진 산골마을에 둥지를 트니 실로 격세지감이 아니던가!

  

와! -2007년 무실동으로 옮겨 새로 단장한 청사를 둘러본다. 여유롭게 누워있는 새 청사, 잘 정돈된 현대식 조경과 주차시설과 젖살 오른 눈부신 부속건물에 압도된다. 새롭다. 이곳저곳 둘러본다. 청사내를 들어선다. 공기 또한 청정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란 말처럼 모든 이들이 푸르다, 정말 중앙 행정청 같고 강릉시청과도 흡사하다. 최고의 현대식 건축물이 여유롭게 누워 만추의 햇살을 받으며 싱그럽게 민원을 다독인다. 

  순간 우리 지자체 춘천시청이 떠오른다. 여론 때문에 앞두루의 노른자인 드넓은 옛 미군기지로 이전 못하고 여론에 뭇매를 맞고 다시 주저앉아야 하는 실정이 아닌가! 시대에 편승해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소간 업무들로 제비집처럼 다닥다닥 증축한 노후 건물은 미로-. 민원이라도 보려면 공간이 좁아 숨이 턱턱 막히고 답답하니 그야말로 콩나물 시청이 아니던가!

  오후 네 시 반이 되어도 안온한 지하 행사장은 그 때까지 삼삼오오 한산해 놀랐지만, 정시가 되자 어디서 몰려왔는지 순간 봇물처럼 빈자리가 동이 나고 말았다. 작가 이문열!, 역시 대단한 인물이었다.

   인문정신의 시대적 가치-. 쉽게 말하면 시대에 따라 작가는 어느 입장을 취할 것인가가 이날 주제였다. 본인을 보수꼴통이라고 스스로 비하하며, 지난 10년간 보수 논객의 이미지를 반추한다. 언젠가 문학적 침공을 받을 때 젊은이들이 불렀던 닉네임이라 하면서 넉넉히 일침을 가한다.

  

수수한 차림으로 단상에 오른 작가는 늘 보던 선입견 그대로였다. 성대가 시원치 않아 귀를 나발통처럼 열고 듣는다. 시대정신이라는 용어의 정의와 작금의 세태에 대해 야금야금 풀어나가는 언변과 변박(辯駁)에 신뢰감이 차오른다. 시대에 아첨하는 자들, 야합하는 무리들이 혁명도구로 휘두르던 나치즘 파시즘처럼 세계 역사를 펼쳐 드넓게 설명한다. 대중과 타협하는 통속소설과 포플리즘들이 비일비재하지만 그런 평가는 먼 훗날이라고 힘주어 강조한다. 이광수를 보라, 친일파로 지금, 주관이 없이 그저 일본 국민으로 편승해 2등이 1등 국민이 되자고 했던 인물이 아니냐고 꼬집는다.

 

 본인의 대표적 작품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의 탄생에 대해 소견을 피력한다. 80년대 항변치 않은 것은 권력자가 단임 약속을 했기 때문인데, 호헌조치를 선언하고 이건 아니다 싶어 아무 말도 안할 수 없었고-. 제 기분이라도 표현하고 싶어 그 당시 상황을 소설화 했다고 진심을 꺼내 보인다.

묵직한 감동이다. 한 시대에 편승하지 않고 작가는 뚜렷한 주관에 의해 대중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작가정신-. 알량한 붓으로 간신배같이 권력에 아첨하는 자들이 한심스럽다고 재차 격앙된다. 부친이 정치적 노선에 따라 월북하고 홀어머니가 5남매 힘들게 키우던 가정사부터, 대학을 16년간 배우는데 8년을 못 다녔다는 이야기 등 담담하게 성장배경을 토로한다.

  유수한 S대 국어교육과를 중퇴하고 후에 세종대 교수가 되어 국내 큰 상은 모조리 휩쓴 작가는 위대하다. 그의 작품 67개 작품이 16개 언어로 번역되어 해외로 수출할 정도요, 김병연의 삶을 소설적으로 재구성한 장편 시인을 말해 주고, 최근 읽은 리투아니아 여인, 변경도 짚고 넘어간다. 덕분에 프랑스 문화예술 공로훈장을 외국인으로 처음 받는 영광도 누렸다. 그날 문학이란 작가의 범주에서 많은 것을 마시면서 주옥같은 소설을 써보고 싶은 충동이 내 심연 그 속에서 용틀임했다.

 

특강은 예상 시간대이 조금 벗어나 끝나고 남원주는 먹물처럼 까만 어둠을 풀어놓은 초저녁이었다. 나를 잠시 껴안은 현대식 청사를 나왔다. 고속도로 인터체인지를 벗어나 강연내용을 두루 되새김질하며 춘천으로 향했다. 안동을 자주 가서 토속적인 우리 것에 관심을 보인다는 강사의 의미도 새기면서-.

  연세대에서 주관했다. 원주시민들과 더불어 사회의 현안과 이슈를 공유하고 인문학적 관점에서 해법을 찾는 행사가 부러웠다. 이런 비옥한 문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지역사회는 새롭게 성장하리라. 귀한 선물을 지역사회에 베푼 대학의 지역사회 배려 서비스가 놀랍다.

  뿌듯한 자긍심을 느낀다. 인근 양구에서 열린 김홍신 특강에 참석 못한 아쉬움이 조금은 채워지나. 우리 봄내에도 이런 기회가 많았으면-. 시대를 주도하는 것은 변화에 대응하는 작가의 사명이다. 작가는 과연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달리는 중앙고속도로에서 변화의 바람이 스멀거린다.

   강조한 작가의 지론은 무엇인가! 디지털시대에 인터넷 광장의 글이 마치 국민 전부의 주장 같지만, 사실 인터넷의 맹점인 소수가 다수를 움직인다는 면에서 이의를 제기한 강사! 동감이다. 시대정신에 아첨하는 무리들 특히 진보와 종북을 구별 못하며 날뛰는 자들의 권모술수를 괘씸히 여기는 모습에 무한 동감이다.

 갈등을 풀어나가면서 만들어지는 소설 한권, 이야기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천일야화 아라비안나이트처럼 소설은 써간다. 말 못할 사연들은 우리 사회가 용납하지 않은 것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혼자 산에 올라 소리치지만 그것마저 나무들이 흡수해 알리지 않았던가! 절대 작가는 문화상품 같은 것을 생산해서는 안 된다. 시대에 야합해서는 안 된다.

스핑크스 괴물 스토리도 강의했다. 작가의 가치를 돌아보는 기회를 틈틈이 요구한다. 한결같은 언색(言色)으로 두어 시간 강의가 끝났다. 몇 분의 질문을 받고 문을 나설 때 우르르 몰려드는 소녀들의 팬 사인회-,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지만 이름 석 자 받아 놓고 싶은 지방 문인의 또한 바람이다.

 

고향 춘천으로 돌진하던 차들이 도중에서 어디론가 분해된다. 뜸하다. 고속도로는 어둠이 무더기로 내려앉아 시골 옛길 같은 정취를 자아낸다. 소형차 예찬을 하던 내가 제법 먼 길을 고속으로 뛴다. 스멀대는 전신이 무거운 밤인데도 개운했다. 마신 영양제가 이제 전신을 퍼지나 보다. 문학적인 영양제-.시대 요구와 작가의 갈등을 그려보면서 고속도로는 모처럼 동양화처럼 많은 여백을 내게 안겨 주었다.(끝)

                                         -달을 낚고 구름밭을 갈다 수필화집8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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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22-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