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마트 퇴계점에서 있었던 착잡한 하루.
이동근 2014-02-11 924
어제아래 하나로마트에서 속바지세트를 하나 구입하였습니다. 그리고 어제 그것을 입어보니 허리가 너무아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105사이즈가 아닌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상품박스를 보았더니 105라고 씌여진 스티커 아래에 희미하지만 선명하게 100이라는 숫자가 적혀있었습니다. 나는 정말로 화가 머리끝까지 났습니다. 원래 100사이즈 속바지를 스티커만 붙여서 105라고 변경해놓고 팔아치우려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황급히 모든 일을 제쳐두고 한걸음에 달려가 하나로마트 매점에서 아직도 속옷을 팔고있는 아가씨에게 큰소리로 화를 내며 따졌습니다. 이럴수가 있느냐고, 원래 100사이즈를 스티커만 붙여서 105사이즈로 팔아먹을 수가 있느냐고. 그랬더니 아가씨는 거의 눈물을 흘릴지경으로 자신은 모른다면서 회사에서 팔라는 대로 판다고 변명을 하였습니다. 자신이 남자 사이즈를 어떻게 알겠느냐고도 했습니다. 그 말이 더욱 기가막혀서 남자 사이즈를 모르면서 어떻게 남자속옷을 판매하냐고 더욱 매몰차게 몰아붙였습니다. 내가 흥분을 조금 가라앉혀서 돌아가려하자 그 즈음에야 남자직원이 무슨일이냐고 물어왔습니다.
나는 마트 고객센터에서 환불을 하고서 매장 안에 있는 다이소에 들러 필요한 것을 사려고 하다가 못사고 다시 나가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고객샌터에서 나를 불러세우더니 이거 105사이즈가 맞는데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속바지 깊숙한 곳에 아주작은 또하나의 사이즈 딱지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보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돌아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째서 분명히 100사이즈 속옷인데 실제는 105라고 적혀있고 또 상자에는 100이라고 적힌것을 다시 스티커를 붙여서 105라고 하여 팔고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아마도 원래 한치수 잘못 나온 것을 박스에 100이라고 하여 팔다보니까 고객들의 문의가 잦아서 아예 105라고 붙여서 팔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과거에 제가 한번더 경험했던 끔직한 시작의 사건과 동일한 것이었습니다.
30대 초반을 지나서 중반을 넘어가기 직전부터 이상하게 간혹가다 소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자주 체하고 어지러워 병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이 운동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테니스를 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계속해서 간혹가다 체하고 속이 불편한 증상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유독 체육복바지 하나가 허리부분에 통증을 일으켰습니다. 그냥 참고 견딜만한 것이 아니라 벗어보니 실제로 살을 파고들어 시퍼렇게 멍이 생길정도였습니다. 참 이상했습니다. 분명히 105호 사이즈를 구입한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조금 이상해서 그동안 아주 편하게 입었던 체육복을 가져다가 길이를 한번 비교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차이가 무려 손가락 세마디 정도가 났습니다. 저는 머리에 무언가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속바지를 모두 다 꺼내놓고서 일일이 길이를 재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비교적 고급제품은 길이가 넉넉하였고 개중에 싼 제품들은 허리 사이즈가 정말로 제각각 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밴드의 차이에서 갑자기 속이 체하고 어지럽고 하는 증상이 발생하였던 것이었습니다. 20대까지는 혈액순환이 잘되어 비교적 아무런 증상이 발생하지 않았다가 30대 중반이 되지 갑자기 이상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저는 이 말도안되는 증상을 무려 이년동안이나 모르고 고생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알고서 갓 구입한 체육복을 교환하려고 시내의 가게에 갔습니다. 옷을 들고서 이게 사이즈가 너무 엄청나게 작지 않냐고 따졌습니다. 그랬더니 그 아주머니가 하신 말씀이 아직도 제 귀에 생생합니다. 그것은 자체 사이즈입니다. 회사마다 사이즈가 틀려요. 환불은 안되고 교환만 가능합니다. 제가 그때 자체 사이즈라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오늘 제가 이래저래 경솔했다는 것은 인정을 해야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그 아가씨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지 않는 것은 누군가 그렇게 잘못된 사이즈를 구입한 사람이, 그 사람이 비교적 젊은 사람이라 혈액순환이 왕성하여 불편함을 못느낀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불편함을 자신도 모르게 건강을 갉아먹으며 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믿고 구입하였던 하나로마트의 매장에서 최저가 상품에서나 나오는 자체 사이즈표 불량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을 아무런 긴장감없이 방심하고 믿었다는 내 스스로에게 참 화가났었나 봅니다. 만일 그 판매원 아가씨가 오늘 현명한 경험을 한 것이라면 이제부터는 고객이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조금 고가의 속옷을 하나 가져다가 그 사이즈를 대보고서 기준을 맞춰 판매한다면 조금이나마 올바른 판매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래저래 참 착잡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