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공직을 마감하며…… (전주수 춘천시부시장 명예퇴임 인사)
전주수 2013-12-18 768
저는 37년 공직생활 대부분을 강원도청과 춘천시에서 근무 해 왔습니다. 강원도 기획관을 거쳐 최근 3년3개월간은 춘천시 부시장으로 최장수 기간을 재직하다가 이제 명예 퇴임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12월 20일 14시/춘천문화예술회관)
37년! 결코 짧지 않은 세월동안 오직 한우물만 팠던 공직을 떠나야 하는 지금 이 순간,
무슨 말부터 끄집어 내야 할지 가슴 먹먹함을 느낍니다.
지방행정5급을류(행정9급) 공채로 공직에 첫발을 들여놓았던 일, 고시 공부한답시고 박차고 나갔던 일, 그리고 다시 지방행정4급을류(행정7급) 공채로 공직을 재출발……. 그로부터 지금까지가 무려 37년입니다.
강원도청에서는 80년대 지방과 행정계, 예산계 등에서, 90년대에는 기획관실 기획계에서 늘 야근에 젖어 있는 생활로 젊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정말 90년대까지는 여름휴가라는 것은 사치로 알 정도로 일에만 빠져 있어야 하는 것이 그 시대의 핵심부서라는 곳의 분위기였습니다.
지금은 서로 되고 싶어 하는 공무원이지만 그때만 해도 그렇지 못했었습니다. 박봉에 쪼들리는 생활에다 끊임 없는 야근, 상사를 모시는 관행등 정말이지 무수한 일들이 너무도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공무원이 무슨 야근을 그리 많이 했을까 싶겠지만, 나는 대부분 핵심부서다 격무부서다 라고 소문난 기획부서와 지방과라는 부서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수십년간 계속되는 야근에 시달려야 했고, 휴일에도 사무실에 나와야 했습니다. 어쩌다 일찍 퇴근하는 날은 고참들 비위 맞추는 술상무에다 없는 돈에 술값까지 해결하다 보니, 심지어 가족들로부터 까지 외면당하기도 했습니다만 그래도 항상 유능한 인물로 평가되었던 자부심 하나로 몸 바쳐 일 했던 그 시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런 시절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가슴 아련한 일로 스쳐 갑니다. 어떻게 견디었나 싶을 정도로 대견하기도 하고, 그렇게 까지 바보스럽게 희생 할 필요는 없었는데 하는 생각에 한탄스럽기도 했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잘 상상이 가지 않는 상황일 것입니다.
춘천시에 재직하던 97년부터 약 7년간은 바이오, 애니메이션, ict 등 하이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젊은 열정을 불태워 올인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제대로된 기업 하나 없던 우리 춘천에도 바이오산업과 애니메이션, ict산업등 산업다운 산업을 선도적으로 정착시켰고, 앞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분야에 투입될 수십조원의 지원사업비를 유치해낼 수 있는 경쟁력을 타 도시보다 일찍이 갖추고 있습니다. 앞으로 누군가 춘천지역을 위해 해 내야 할 일입니다. 이제 국비지원은 70~80년대처럼 중앙의 인맥만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지방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분석력있는 지방행정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중앙을 설득 할 만한 훌륭한 기획안을 구상해서 제안 할 수 있어야만 중앙지원이 되는 것입니다. 나름대로 각 부처 마다 기획내용을 가지고 인맥을 쌓아 가는 끈기있는 노력만이 왕도인 것입니다.
제가 공직에서 대표적인 보람과 성과라면 그 당시 춘천시장님의 전폭적인 신뢰속에 혼신의 열정을 다 받쳐 만들어 낸 바로 ‘춘천 하이테크벤처타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춘천에 희망을 던져줄 수 있는 차세대 산업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바이오, 애니메이션 등 하이테크 산업입니다. 산업 육성전략 수립을 위해 수많은 교수와 업계 전문가들을 만나서 매일 밤 늦게 까지 토론하고 회식자리가 끊임없이 이어져서 건강까지 해쳤던 일도 있었습니다. 우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습니다. 건물과 장비를 도입하고 기업 인큐베이팅은 물론, 특허상품을 개발해서 대량생산기업이 되도록 까지 지원전략을 꾸준히 추진 했었습니다. 그때 저와 함께 고생했던 동료 여러분들에게 정말이지 고맙다는 말을 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니, 그분들에게 너무 해준 게 없다 싶어 미안할 따름입니다. 지금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각자가 느낀 보람과 성취감이 그 보상이라고
생각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공직자 여러분!
우리네 삶이란 게 순간순간은 더디 간다고 느낄지 몰라도 지나고 보면 찰나와 같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 이 순간, 제가 여러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한 순간의 시간도 소중히 여기며 의미 있게 보내 시길 바랍니다. 부디, 여러분들의 시간과 열정이 강원도와 춘천시에 대한 사랑으로 계속되길 진정으로 바랍니다.
저는 앞으로 제가 사랑하는 춘천에서 함께 소통하고 나누며 살아 가는 봉사자로서 또 다른 차원의 새로운 도전을 해 나갈 계획입니다. 관심있게 지켜 봐 주십시오.
그동안 길고 긴 세월 동안 저와 함께 해주었던 모든 분들!
정말이지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동안 정말 고맙고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