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청이 부럽다.
이응철 2013-11-30 658
11월 20일(수) 오후 5시-.
비가 자작자작 내리기도 한 오전이었다.
늘 존경하는 이 시대의 최고의 소설가 이문열 특강에 자리하기 위해 둥지를 벗어났다. 네비를 켜고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춘천을 박차고 떠난 시간은 오후가 넘은 3시경이었다.
시간이 늘 여유로워 하고 싶은 것을 꿰맞추는 나의 하루가 알차다.시도 때도 없이 안내하는 자칭 예술지상주의자에 아첨하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쓰나미처럼 내 등을 밀어댄다.
.남원주 IC로 벗어나 처음 신설된 시청을 찾아간다. 내비게이션이 친절히 안내하지만 생활화하지 못해 늘 진가민가이다. 원주시청! 원주는 내가 학성에 근무하면서 4년제를 채워 다시 일신한 곳이라 평생 잊지 못한다. 77년 당시 일산동에서 굽어보던 시청만 기억에 남는다.
와!- 2007, 무실동으로 옮겨 새로 지은 청사를 둘러본다. 여유롭게 누워있는 새 청사, 잘 정돈된 현대식 조경과 주차시설과 아름다운 부속건물에 압도된다. 새롭다. 이곳저곳 둘러본다. 정말 중앙 행정청 같고 강릉시청과 흡사하다. 최고의 현대식 건축물이 드넓게 누워 만추의 햇살을 눈부시게 받고 있다. 부럽다.
순간 내 고장 춘천시청이 가여워 견딜 수가 없다. 여론 때문에 드넓은 주변 미군기지 터로 이전 못하고 발목이 잡혀 주저앉아야 하는 실정이었으니 -. 그야말로 춘천시청은 옛건물 그대로라 미로에 공간이 한치도 허락치 않아 모든 것들이 숨막히도록 답답하다.
온고지신으로 또 다른 옛맛이 물씬 풍길 법도 한데, 그런 것은 입구에 종각 뿐 제비집처럼 증축해 도청소재지로는 하많은 부족함 또한 사실이다. 물씬 풍길 수 있는 인간내음-. 민원이라도 보러 돌아다녀보면 지하까지 부쩍 시대에 편승해 늘어난 세부 행정 과들이 얽히고 설켜 짜증스럽기 그지 없다. 공간이 없으니 공기가 탁하고 사람끼리 부딪혀 옴싹달싹을 못한다. 그런 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근무환경이 열악해 오죽할까! 쾌적한 환경은 곧바로 시민에게 돌아온다. 소음이 늘 가득한 시청 분위기가 안스럽다.
시민 편에 서서 혈세를 낭비하지 않는 것은 고맙지만, 미래를 향한 시청의 모든 그릇이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천막생활을 하더라도 연차적으로 그 자리에 한 동씩 새로 지으면 어떨까! 점점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행정의 조직으로 콩나물 시루같은 춘천시청-. 이대로는 안된다. 미래의 모든 것을 담을 용기로는 택도 없다. 미군부대, 거두리, 우두동의 신개척지는 어떨까! 기우일까!(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