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지킴이
정재억 2018-10-11 518
마을이장을 맡은지 3년째~
강촌이장이라고 하니 어느 분은 서울보다 더 유명한 곳의 대통령을 맡았다며 농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쳐야 겠지요. 요즘 농촌에서 이장일 하기 보람되기도 하지만 참 어렵답니다.
속살처럼 드러난 문제를 봐도 마음대로 되지 않지요.
여기까지는 3년차 이장의 푸념.
저희 마을에 올 봄부터 집하장지킴이 한분이 탄생하셨는데요.
얼마 안 있으면 8순을 바라보는 김oo어르신. 마을이 유원지라서(요즘은 유원지라고 할 수도 없지만) 주말이 지나면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나뒹글고 집하장엔 오만가지 쓰레기들로 넘쳐나
청소행정과 담당계장님과 오랜 토론을 벌인 통화결과 집하장지킴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답니다.
그래서 올 봄부터 우리 물깨말(강촌2리)에 첫 집하장지킴이로 김00어르신이 당당히 뽑혀 지금까지킴이 활동을 하고 계시지요.
기동력은 가히 육해공수준이라 사륜ATV바이크, 속칭 사발이를 타고 현장을 다니시며
꼼꼼히 집하장을 챙기십니다. 사발이를 구입하신 건 농사짓는 곳이 먼데 있어 이동수단으로 구입하신 것이지만요.
저희 마을에는 말골이라고 하는 오지마을이 있는데 그 마을까지 사발이를 타고 다니시며 불법 쓰레기감시까지 하고 계시지요.
어제는 전화를 하셔서 말골입구 철교아래 웬 놈이 차를 끌고 와서 한무데기 잡쓰레기를 버리고 갔다며 분개해 하시더군요. "네, 어르신 내일 당장 면사무소에 연락해서 치우도록 하겠다"고 할 수 밖에.....
김00어르신은 춘천시내 춘천00공고에서 오래도록 현장근무를 하시다 퇴직을 하셨고 강촌2리 노인회장을 하신 분으로 허리가 썩 좋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오랜 학교현장의 경험을 가지고 계셔서
집하장지킴이로 우선 추천을 한 분이기도 합니다.
그 분은 쓰레기집하장 뿐만 아니라 사발이를 타고 다니시며 마을 구석구석을 살피는 마을지킴이역할까지 하고 계시답니다.
거두절미하고~~~
마을이장으로서 3년가까이 살펴 본 바로는 사람들이 비교적 많이 다니는 유원지라
쓰레기가 시골 농촌마을보다 훨씬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어느 해에는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드리는 청소차를 불러 구강촌역 피암터널부터 강촌전철역가는 도로를 청소하기도 했지요. 춘천시내가 우선이라 그 담부터는 전화하기도 불편해 두번인가 하고 그만 두게 됐지요.
면사무소에 근무하는 공공근로자를 불러 청소하거나 강촌여성봉사회에서 화단꽃심기를 하면서 청소를 하기도 했지만 주말이 지나면 늘어나는 쓰레기를 그때 그때 치우기는 사실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었지요.
그래서 신청을 했던 게 "강촌꽃마을가꾸기사업" 을 위한 공공근로 지원건의였습니다.
강촌2리는 강촌레일바이크 도착지이자 엘리시안강촌 경유지에 위치한 유원지를 포함한 지역이며, 외지관광객의 왕래가 많은 곳이어서 깨끗하고 청정한 환경을 갖춰야 할 지역이다~~~
그러니 마을상가와 강촌관통도로, 자전거 도로 등은 사실상 청소 사각지대인지라 겨울철을 제외한 사계절 청소전담인력을 배치해 달라는 건의이기도 하였습니다. 게다가 그 인력을 통해 계절별로 적당한 꽃들을 심어 강촌을 사철 꽃으로 뒤덮인 마을을 만들면 좋겠다는 게 그 건의의 요지이기도 했지요.
그러나 막상 춘천시에서 선정돼 배치된 공공근로자는 마을에서 필요한 재능을 갖추거나 경험이 없는 사람이어서 올 하반기의 경우도 한달 정도 근무하다가 그만 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답니다.
적재적소는 가장 효율적인 결론을 뭉뚱그려 주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집하장지킴이처럼 지역에서 가장 적합한 분을 추천하여 목적에 맞도록 하면 그 보다 더 효율적인 게 없겠지요.
강촌2리이장의 입장에서 춘천시 경제과에서 공공근로업무를 담당하시는 공무원은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최적안을 끄집어 내는 일에 더 관심을 기울여 주실 것을 당부합니다.
엊그제 마을간담회에 다녀가신 분도 강촌이 참 너무 지저분하다는 인상을 먼저 받았다며 분발을 촉구하고 가신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마을에 꽃도 심어 가꾸고 더불어 마을 청소도 병행하는 공공근로 선정제도가 보완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