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시내버스 64번 막차 기사님
유영미 2014-10-20 957
10시가 넘어가는데도 아이는 오지 않고...
왜 안오지?? 집에서는 조금씩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 그 사이 버스를 탔다는 메세지와 거의 도착해 간다는 메세지를 받았습니다. -
11시 30분이 다 되어 들어오네요.
아이의 표정은 뭔가를 말하고 싶어하고....
좀 진정하더니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자기가 탄 버스가 막차였답니다.
포스코 앞에서 내려야 한다고 생각은 했는데 우리 아이가 길치거든요.
어영부영하다보니 종점까지 갔답니다.
막차인데 종점에 도착...
바로 집에 전화하면 달려갔을텐데...
이놈의 자식이 부모 걱정할까봐... 길을 또 잃어버렸으니(정말 방향치입니다. 바로 건너편인데도 못찾을 때가 많아요. 한림대 앞에서 어딘지 모르겠다고 하기도 하고, 강중고 앞까지 가서 이걸 어쩌지 하기도 하고... 정말 물가에 내놓은 아이같이 불안합니다.) 야단맞을 생각도 했겠지요. 그저 당황했나봅니다.
그런데 64번 기사님께서 우리아이를 도와주셨어요.
그것도 본인이 남자분이시라 여고생을 데려다주면 아니라고 생각하셨는지 부인(본인 배우자)에게 강제로 데려다 주라고 하셨다네요.
아이는 덕분에 정말 안전하게 잘 왔습니다.
험한 세상이라 늘 불안하게 아이를 키우고 제 자신도 걱정인데 따뜻한 마음이 가득한 어제였습니다.
춘천 시내버스 64번 막차 기사님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구요.
알록달록 물든 예쁜 가을빛처럼 행복한 하루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