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관리자 2025-09-30 57

유안진 ㅣ춘천은 가을도 봄이지
겨울에는 불광동이 여름에는 냉천동이 생각나듯
무릉도원은 도화동에 있을 것 같고
문경에 가면 괜히 기쁜 소식이 기다릴 듯
추풍령은 항시 서릿발 낙엽의 늦가을일 것만 같아
春川이 그렇지
까닭도 연고도 없이 가고 싶지
얼음 풀리는 냇가에 새파란 움 미나리 발 돋음 할 거라
녹다만 눈 응달 발치에 두고
마른 억새 깨 벗은 나무 가지 사이사이로
피고 있는 진달래꽃 닮은 누가 있을 거라
왜 느닷없이 불쑥 불쑥 춘천을 가고 싶어지지
가기만 하면 되느니
가서, 할 일은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 거라
그저, 다만 새 봄 한 아름을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는
몽롱한 안개 피듯 언제나 춘천 춘천이면서도
정말 가 본 적은 없지
엄두가 안 나지, 두렵지, 겁나기도 하지
봄은 산 너머 남촌 아닌 춘천에서 오지
여름날 산마루의 소낙비는 이슬비로 몸 바꾸고
단풍든 산허리에 아지랑대는 봄의 실루엣
쌓이는 낙엽 밑에는 봄나물 꽃다지 노랑웃음도 쌓이지
단풍도 꽃이 되지, 귀도 눈이 되지
春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