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변 전계심 묘비 안내문 수정 건의
장현웅 2016-08-23 432
아래 올려진 글에 공감하며 덧붙입니다. 스카이워크가 조성된 소양2교 옆 강변길은 가을연가 촬영지로 유명하여 예전부터 외국인과 외지인 관광객의 왕래가 많은 곳입니다. 최근에는 자전거길도 마련되어 가족단위 나들이도 많아진 곳이지요.
그런데 그곳에 소리도 없이 어처구니없는 내용의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더군요. 봉의산 자락에 남아있는 전계심 묘비를 설명하는 안내문이 그것입니다.
이 안내문이 밝히고 있는 사건의 사실만 말하자면 조선후기에 성폭행 피해 여성이 자살을 하였고 이를 기려 당시 기득권층이라 할 수 있는 춘천지역 선비들이 묘비를 세워주었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신분이 낮은 가정에서 태어나 가난과 낮은 신분을 대물림 받아 기생이 되었고 양반집에 첩실로 들어가 고난한 삶을 살다가 무뢰배들에게 성폭행까지 당하여 홀로 괴로워하다가 해서는 안될 선택을 하게 된 슬픈 사건입니다.
“춘향이보다 더 뜨겁게 절개를 지킨 여인”이라니요. 절개는 신념, 신의 따위를 굽히지 아니하고 굳게 지키는 꿋꿋한 태도를 말하는 것이지 범죄의 피해자가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자살을 할 경우에 사용하는 말이 아닙니다. 전계심 묘비의 역사적 가치를 발견하고자 한다면 자살이라는 행위의 숭고함이 아니라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한 반성이어야만 합니다.
현재의 시각으로 과거의 사건을 재단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성폭행 사건을 다루는 남성중심적 시각 (피해자가 여성이든 남성이든)이 조선후기와 지금이 근본적으로는 바뀌지 않고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잊을만하면 외국에서 벌어지는 “명예살인”을 야만적인 문화라고 비난합니다. 그런데 명예살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 성폭행 피해자의 자결을 사회적으로 방조하고 암묵적으로 강요까지 해온 부끄러운 과거를 마치 칭송하듯 관광지에 안내문으로 세워놓은 것입니다.
우리의 수준이 이렇기 때문에 다른 범죄피해와는 다르게 성폭행 사건의 경우는 가해자, 피해자 모두 잘못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사회적 낙인이 끊이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도 전계심 묘비 안내문의 문구가 수정되기를 간곡히 바래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