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한의 현장스케치
춘천의 50년을 노아 온 세월교, 이제 기억을 잇다.
- 작성자소통담당관
- 등록일2024-06-21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춘천시민의 흔적이 담긴 세월교가 이제 아름다운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세월교는 소양감댐 준공 이전인 1972년 세워졌다. 폭 10m, 길이 220m의 다리로 정식 교량은 아니다. 소양강댐 방류 시 교량이 잠기는 잠수교의 형태로 다리 아래가 둥근 관으로 되어 있어 콧구멍다리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한 구조물이다.
여름에는 시민들의 피서지로 겨울이면 빙어낚시의 명당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50년의 넘는 세월 동안 모진 풍파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쌓인 상처들로 이제 그 소임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철거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안전’이다. 지난해 장마철에도 전국적으로 세월교 관련 사고들이 이어졌다. 작년 6월, 춘천시의회 경제도시위원회에서도 ‘세월교 보완 보존 청원’이 부결됐다. 정밀 안전 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고, 방류 시 유속의 흐름을 방해해 윗샘밭교 안전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였다.
지난 2020년 소양강댐 방류로 그나마 남아 있던 세월교의 난간이 모두 파손되었다. 도로 역시 아스콘이 뜯겨나가며 보행마저 금지되며 더 이상 존치가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게다가 매년 4회씩 이루어지는 안전점검에 2,000만 원이라는 예산이 들고 있으며, 불법 낚시와 무단 침입에 대한 안전사고 예방 및 행정력마저 낭비되는 것이 현실이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오래된 추억이 있지만, 시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한때 존치론자로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지만, 현실은 매우 다르다. 이제는 그저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역할을 마지막으로 우리 스스로 놓아주어야 할 시기이다.”라며 “그럼에도 세월교에 대한 흔적은 남겨야 하지 않을까 한다. 시대가 바뀌고, 세월이 흐르며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이를 기억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현재 세월교의 역사와 함께 시민 삶의 흔적이 담긴 기억과 기록의 공간이 마련 중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