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는 성폭력 피해여성의 자살을 권장하는 것인가요. (소양강변 전개심 소개글을 보고 올립니다)

  • 작성자장**
  • 등록일2016-08-23 11:54
  • 처리상태 답변완료
  • 공개공개
  • 담당부서 디자인과

안녕하세요 춘천 시민 장은지입니다.

 

소양강변을 걷다 열녀 전계심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소양강 일대가 관광지화 되면서 소양강스카이워크, 소양강 처녀상을 보면서 열녀 전계심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알려지겠구나 싶더군요.

 

 

그러나, 마음이 편고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열녀를 찬양하는 내용 전반이 편협한 시각에서 쓰여졌으며 나아가 이런방식의 열녀찬양이 성폭력 여성의 자살을 권장하는 것과 다름없어 이글을 쓰게되었습니다.

 

 

제 글이 설득력이 있다면 관련 내용을 수정 및 삭제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1. 춘천시청은 전계심의 이야기가 이인직의 귀의성의 소재로도 씌여 무척이나 자랑이 하고싶은가 봅니다.

전계심이 성폭행을 당하고 자살하여 인생을 마감하였듯, 귀의성의 주인공 길순은 돈에 팔려 춘천군수의 첩으로 들어가 힘들어하며 여러차례 자살을 기도하다, 결국 본부인과 하녀에 의해 아들과 함께 살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전계심이 춘천시청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요. 여성을 돈으로 사서 첩으로 들인 춘천군수의 부끄러움은 온데간데 없고, 본처의 질투심과 첩의 기구한 인생만이 씌여있을 뿐입니다. 전계심은 자살로, 길순은 아이와 함께 살해로 마감하는 이 이야기가 어찌나 자랑스러우셔서 이렇게 관광지에 소개까지 하시는지요.

 

 

 

2, 구체적 내용 중 전계심이 관청의 집안으로 시집을 가서, 무뢰배에게 몸이 더럽혀졌다는 표현은 여성인권에 대한 춘천시청의 수준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환향년이라는 표현을 아시나요. 병자호란 때 청나라 군대에게 인질로 잡혀갔던 여성들이 다시 조선으로 힘겹게 돌아왔으나 몸이 더럽혀졌다 겁탈당했다, 행실이 문란하다는 이유로 환향년이라고 불렸던,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여성의 순결을 절대가치로 삼은 사회상이 만들어낸 비참한 여성의 모습입니다.

 

 

심지어 현재 위안부 여성들도 너네들이 원해서 간 것이 아니었냐라는 말들이, 피해여성을 두 번죽이고 있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저는 20대 여성의 삶도 고달프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한 해 성폭력 사건이 20만여건이 일어다고 합니다. 성폭력 신고율은 10%라고 하지요. 정말 많이 일어나는 것도 충격적인데, 이런 폭력을 행사한 당사자를 왜 신고하지 못할까요.

 

 

성폭력 사건은 도둑을 신고하는 것과 다르게, 피해자는 나인데, 이 일이 발생한 이유는 내 탓같고, 앞으로 인생은 살 수 없을 것 같고, 결혼도 못할 것 같은, 내 인생은 앞으로 살 가치가 없을 정도로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또한 용기내어 신고하더라도 그러기에 으슥한곳에 왜 다니냐, 옷을 왜 그렇게 입고다니냐 제대로 저항을 했느냐 라는 말로 또다시 이루어지는 2차가해들 속에서 피해자를 치유하고 보호할 수 있는 언어는 없었습니다.

 

 

 

여성의 순결을 강조하는 사회, 남성의 성욕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 긍정하는 사회에서, 조선시대 여성들은 스스로 자결로 나의 피해를 드러내고, 순결을 지켰습니다. 현대사회 여성들도 성폭력 사실을 감추기 바쁜 이 사회는 조선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게 없어보입니다.

 

 

 

이 가슴아픈 역사가 지속되는 이유는 무뢰배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여성을 기술하면서 몸이 더럽혀졌다고 표현하는 것과 곧바로 직결됩니다.”

 

 

한 사건을 두고, 성폭력을 당했다고 표현하는 것과, 몸이 더럽혀졌다고 쓰는 것은 누구의 시각에서 씌여졌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전계심의 죽음을 남성중심적인 시각인 절개와 의리로 재포장 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시각 관점이 조금이라도 투영된 단어인 성폭력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폭력피해를 강조하고,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응당 이루어져야함을 함축하고있는 단어 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몸이 더럽혀졌다는 단어는 어떠합니까. 가해자를 삭제한 표현입니다. 또한 당시 폭력이 일어났던 그 사건 자체에 의미를 두고 피해자의 고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폭력당한 이후의 여성을 또 다시 평가하는 언어입니다. 평가당해야 하는 주체가 누구입니까. 폭력의 피해자인 여성입니까. 폭력을 행사한 무뢰배입니까

 

 

여성의 인권이 신장되어 여성의 몸에 대한 평가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 전계심이 살았다고 생각해 봅시다. 여성의 순결과 정조는 남성의 성과 같다는 생각을 해봅시다. 남성의 성은 더럽혀질 수도, 순결할 수도 없고 그런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무뢰배는 다른 여자를 겁탈했어도 자신과 결혼한 여성에게 미안해 죽을 일이 없습니다. 전계심은 남성중심사회가 죽인 사회적 죽음이지, 아름다운 자살이 아닙니다. 평등한 사회에서는 몸에 대한 평가도, 그래서 죽을일도 없었던 사람입니다.

 

 

반인권적, 반 여성적인 피해 여성의 몸을 평가하는 단어를 삭제해주십시오. 전계심은 성폭력 피해여성이지 몸이 더럽혀진 여성이 아닙니다.

 

 

 

3. 전계심의 매서운 절개. 의리라는 말로 성폭력 피해자의 자살을 권장하지 마십시오.

 

 

 

이 소개글에서 절개와 의리에 가치를 두기 어려웠던 시절, 가을 서리보다 매서운 절개를 드러냈기에 소양강이 더 푸르게 보이는가보다.’는 표현이 무섭기까지합니다. 성폭력피해자가 죽는게 남편과 의리를 지키는 일입니까? 임신한 여성이 혹여나 위험한 길에 혼자 귀가하지 않도록 옆에 있어주지 않은 남편의 의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함께 살자고 말하지 못한 이웃주민들의 의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한 용의자를 끝까지 밝혀내 백성들을 돌보려는 군수 그 의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누군가를 기리고 되새기는 일은, 사회에 귀감이 되는 행적을 남겼기 때문이고, 그것이 현 시대 사람들에게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이 조선시대 전계심의 인생을 읽고 이 시대를 사는 수많은 춘천 여성들이 용기내어 피해를 말하기 보다는 몸이 더럽혀진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자결하기를 원하시는 것인지요. 춘천시청은 성폭력피해자가 자살하는 매서운 절개의 춘천시를 만들고 싶으신것인지요. 피해여성의 자살을 부추기지 마십시오.

 

 

 

 

4. 춘천시가 관광화하고자 전계심이야기는 그 관점, 방향 내용 모든 측면에서 너무나 명백히!!! 잘못되었습니다.

 

 

춘천시장님과 담당자님이 전계심이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아니, 전계심을 어떤 여자의 삶이 아닌 한 인간의 삶으로 생각해 보시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임신한 나를 겁탈했고, 사랑하는 사람과 낳을 수 있는 아이의 얼굴도 보지 못했습니다. 내가 그 길을 지나가지만 않았어도가 아니라, 걔만 아니었어도 잘살수 있었다. 매서운 절개가 아니라 매서운 분노가 서려있어야 하는게 상식입니다.

 

 

과거 우리는 전계심에게 네 잘못이 아니다. 끔찍한 일이 일어났지만 너는 가치있고 소중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못해, 죽음에 이르르게 했습니다. 그런데 하늘에 있는 전계심이 후손에게까지 멋있게 잘죽었다라는 말을 들어야 하나요.

 

 

춘천시청은 여성의 그 가을하늘같은 매서운 절개를 찬양할 것이 아니라, 무뢰배 이름을 실명으로 밝혀 다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귀감이 되어도 모자랄 판입니다. 또한 다시는 이런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춘천시는 전계심의 이야기를 통해 양성평등교육에 힘써야 합니다.

 

 

저는 이 전계심의 비를 설명하는 글을 읽은 사람들 중 성폭력 피해자가 있었을 것이고, 이 글을 읽고 정말 자기 자신의 비참함 한국사회가 정말 치떨리도록 싫어 소양강물에 뛰어들고 싶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제발 자살 충동, 테러 충동을 일으키는 글을 수정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매서운 절개를 지키는 춘천시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시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춘천시청도 여권신장에 좀 발맞춰 가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민원회신

  • 담당자경관과
  • 전화번호033-250-3006
  • 답변날짜2016-08-31 15:38

1. 춘천시를 아껴주시는 귀하의 소중한 의견 감사드립니다.

2. 적계심 묘비 안내판은 춘천 호수길 주변 명소를 소개하고 즐길거리를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이야기 안내판중 한 곳이었으나 귀하께서 말씀하신 사항들을 검토후 수정 보완하여 재설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끝.